코로나 확산·혹한기에 배식 중단… 노숙인 급식시설 성남에만 2곳뿐
수원 예성교회나눔의집 세끼 제공… 도시락 배식에 도시락통 후원 절실




27일 오전 수원시 연무동 예성교회 나눔의 집 한 쪽에 도시락통들이 놓여있다. 사진=김희민기자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 속에서 노숙인 등 사회 취약계층은 더욱 굶주리고 있다. 이들의 식사를 챙겼던 무료급식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어서다. 지자체 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도 혹한기엔 잠정 중단해 노숙인들은 한 끼 식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IBK기업은행이 후원, 소외계층에게 사랑의 밥차를 지원하는 경기도내 5개 자원봉사센터(수원, 화성, 안산, 김포, 하남)는 혹한기인 12~2월에 배식을 멈춘다.

전국에 16개 급식소를 운영하는 전국천사무료급식소 (경기안양무료급식소)또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무료 급식을 중단했다.

27일 경기도와 31개 시·군에 따르면 도내 노숙인복지법에 근거해 설치된 노숙인 급식시설도 성남시에만 2곳(안나의집, 사랑마루)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무료급식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한파 속 노숙인들의 한 끼 챙기기가 더 어려워지다보니, 일부 종교 단체에서는 이들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찾은 수원 장안구 연무동의 예성교회 나눔의 집. 이곳은 20년째 삼시 세끼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가 격상하자 오후 12시에 시작한 점심배식은 오전 11시로 앞당겨져 진행되고 있다. 최근 배식 방법도 전면 도시락 배식으로 변경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배식 20분 전부터 나눔의 집 앞에는 배식을 기다리는 인원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뚜껑 없는 빈 편의점 도시락통을 들고 온 A(78)씨는 "예전엔 무료급식소가 곳곳에 있어 장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지금은 코로나19로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춥고, 멀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나눔의 집에) 들른다"고 말했다.

몰려든 인원에 배식한 지 30분 만에 밥이 동나자 대기하고 있는 인원을 위해 예성교회 관계자들은 분주히 밥을 다시 지었다.

화장실 등에서 추위를 피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B(82)씨는 "매일 오긴 미안해서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지어 먹으려 했는데 불이라도 날까 선뜻 하지 못했다"며 "매일 세 끼씩 챙겨주기 고될 텐데 참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나눔의 집은 매일 새벽부터 인근 시장에서 채소를 기부받거나 동네 주민, 교인들로부터 기부받은 쌀로 음식를 제공하고 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운영 중단한 무료 급식소가 많아 더욱이 쉴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도시락통이 없는 분들이 많아 도시락통 후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희민기자